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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조사는 한옥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번 시간에는 한옥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조사를 해보았다.
낡고 춥고 불편한 한옥은 개발시대에 있어서 천덕꾸러기였다. 몇몇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집은 그나마 문화재로서 보호를 받고 계속 수리를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옥들은 새마을 운동을 거치며 사라져가고 도심의 한옥들은 집장사들의 재개발속에 허물어지면서 자취를 감춰왔다. 그런데 해외문화홍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 문화예술인의 44%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문화로 고궁 등 전통문화를 택했을 정도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이유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옥의 장점은 품격 있는 공간과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며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하나는 문화(culture)이고 두 번째는 환경(environment)이다.
특히 한옥에는 공간적 장점이 있다. 사계절의 다양함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내·외부 공간의 유동적 접속과 분절은 고유한 특성이다. 우수성이 널리 알려진 온돌 난방과 흙벽, 창호 역시 한옥의 환경적 성능을 보여준다. 한옥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연재료는 현대 주거지에서 발생하는 화학성분과 그로 인한 각종 질환들을 발생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자연 분해된다. 한옥의 문화적 정체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통한 문화강국 실현’을 중심으로 하는 ‘한스타일 사업’에서 한옥은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주의 호텔을 한옥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는 한옥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한 발짝 앞선 일이었다. 신라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내에 지어진 건물인데 한옥의 기법을 온전히 살리면서 현대적인 호텔의 기능을 담아내었다. 몇 년간의 기획 끝에 결실을 보게 된 한옥호텔은 필자가 건축설계과정에서 현대적인 한옥 공법을 위한 설계방법을 제안하고 시공과정에서도 3D시공도면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계제작과 사용으로 수작업에 의존하던 한옥건축에 현대화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학계, 민간 등 각계의 한옥에 대한 담론들이 구체적인 형태를 지니게 될 때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던 한옥의 우수함을 이 땅의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콘텐트의 으뜸은 아무래도 고택·고궁·사찰이며, ‘창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옥·사찰 등 한국의 특색 있는 주거공간을 소개해주는 ‘소셜 숙박’이라는 한류사업도 생겼다.
한옥은 문화재나 관광의 대상을 넘어 ‘일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옥마을, 한옥카페, 한옥호텔, 한옥컨벤션센터 등은 한옥이 전통주거의 영역을 넘어 생활과 밀접한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한옥이 오늘과 내일의 시대를 함께하는 한국인의 주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옥은 우리의 체형과 생활방식 그리고 철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매우 지혜로운 주거 형태다. 이런 전통 멋과 지혜에 현대적 편리함이 더해지면서 한옥은 더욱 우성 유전자 콘텐트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원형으로서의 가치가 현대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는 한옥뿐 아니라 재발견되어야 할 문화의 멋과 가치가 많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궁한 콘텐트들이 ‘오래된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자칫 체계적인 관심과 노력이 없다면 점차 사라질 위험이 있다. 전통시대의 마지막을 살아온, 그래서 전통문화를 몸에 지니고 있는 분들이 점차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점도 서둘러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새 정부는 시류·유행의 변화에 따른 한류가 아닌, 전통문화 콘텐트가 다양화되어 세계인의 삶에 파고들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